빌리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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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일 : 20-06-04 19:35본문
예약자명 | 음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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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인원 | 명 |
상품 및 수량 | / |
제목 | 빌리 버드 |
내용 |
1962년작인 흑백 영화 한 편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모비 딕"의 작가인 허먼 멜빌 원작의 "빌리 버드"인데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 중이던 18세기말(1797년)의, 영국 해군의 한 전선을 무대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따분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조금 보다 보니 갈등 구조가 첨예하게 드러나고 반전과 예측하지 못한 결말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 당시의 영국에서는 전선(戰船)에서 상선(商船)의 우수한 선원들을 징발해서 쓸 수 있었나봅니다. 우연히 전선과 마주친 상선이 선원들을 징발해 갈까 봐 달아나려 하지만 붙잡혀서 결국 한 명의 선원을 징발 당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빌리 버드(테렌스 스탬프 분)입니다.
바구니에 버려져서 불우하게 자라난 사생아로서 나이도 확실히 모르는 십대 후반의 소년이지만 혈기왕성하고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의 빌리 버드는 사람들을 웃는 낯으로 밝게 대하고 돛대 위에서의 일도 잘해서 금새 선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합니다.
그런데 그 배에는 아주 독선적이고 야비하며 가학적인 성격의 위병 하사관 존 클래것(로버트 라이안 분)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선원들의 약점을 잡고 반항심을 불러일으켜서 체벌을 일삼고 밀정을 만들어서 자신에게 동료들을 밀고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교보다 더 지적인 면이 있는 신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는 빌리 버드의 사수이자 아픈 선원인 젠킨스(로널드 루이스 분)를 굳이 적선을 정찰하는 돛대 위로 올려 보냅니다. 역시 다른 돛대 위에서 적선을 정찰하고 있던 빌리 버드가 걱정스러워서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탈진하여 돛대의 장루에서 손을 놓으려는 그를 필사적으로 붙잡지만 젠킨스는 돛대 위에서 떨어져 죽고 맙니다.
대다수의 선원들은 클래것을 미워하고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그로 인해 잔등에 채찍질을 당한 한 선원이 밤중에 그를 죽이려고 하자 빌리 버드는 필사적으로 그 선원을 말립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에 클래것은 비어 선장(피터 유스티노브 분)에게 빌리 버드가 선상 반란을 모의하고 있는 주동자라고 모함합니다. 대질을 하던 빌리 버드는 클래것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자 격분해서 변론을 꺼내지도 못하고 말을 심하게 더듬다가 우발적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쳐서 죽이게 됩니다.
장교들은 군사 법정을 열어서 클래것의 모함 자체가 사형감이라면서 많은 선원들의 인심을 얻고 있는 빌리 버드를 동정하며 무죄를 주장합니다. 그 주장의 한편에는 군법대로 빌리 버드의 교수형을 집행하면 분노가 폭발한 선원들의 선상 반란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는 두려움도 깔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군사 재판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비어 선장은 무죄를 결정한 세 명의 장교에게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서 반란이 일어난다면 우리의 책임은 없지만 자비라고 가장하면서 실상은 두려워서 빌리 버드를 사면하고 나서 봉기가 일어난다면 우리의 평결이 얼마나 비난을 받을 일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주장을 일축합니다.
결국 빌리 버드는 교수형을 받게 되고 이 교수형에 참석한 선원들의 분위기는 소요 상태가 되어 반란 직전까지 가지만 때마침 프랑스의 전선이 공격하자 맞서 싸워서 프랑스의 전선을 격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상기한 세 사람의 성격적인 상충과 대립이 시종일관 극단적인 긴장과 갈등을 불러일으게 하는 잘 짜여진 영화입니다.
사악한 상사가 조직의 질서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저지르는 횡포가 역설적으로 조직을 얼마나 위태롭고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이 하사관의 부정적인 면모는 군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인의 전형이죠.
곧고 의로운 젊은이는 선원들 다수의 지탄을 받는 그 야비함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티고 순응하려고 하지만 그의 인기를 질투하고 미워하는 사악한 심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비운에 처하고 맙니다.
지휘관은 일견 융통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군인다운 정신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봅니다. 군인에게 군사적 정의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은 없다는 비어 선장의 지론이 비인간적이고 융통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전시의 군인이자 지휘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현재보다는 인권 개념이 축소된 시대의 이야기라서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평시가 아닌 전시라는 상황도 이해해야겠죠.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과 제작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피터 유스티노브가 맡고 있습니다. 2시간 3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을 보는 내내 긴박감과 갈등 속에 빠뜨리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치고 표현한 영화입니다. 여자라고는 단역조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남자만의 세계에서 인간의 본성은 가식 없이 더 적라라하게 드러납니다.
어쨌든 인간의 삶이란 참 덧없습니다. 특히 전시나 코로나 19가 판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하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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